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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시절의 전차통학을 생각해 봅니다. 좌석이 차버린 전차에 꼬부랑 할머니나 아기 안은 아주머니께서 들어와 좌석을 찾아 두리번거리실 때, 저는 단 한번도 모른 체하고 계속 좌석에 앉아 있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럴 때면 남들이 하듯이 “할머니, 이리 와 앉으세요!” 하면서 자리를 양보하지도 못했습니다. 묘한 결벽증, 옹졸한 자존심 같은 것 때문에 스스로의 행동에 위선과 자기 과시 같은 것이 섞일 것을 두려워했던 저의 좌석 양보 방식은, 꼬부랑 할머니나 아기 안은 아주머니를 보자마자 아무 소리 없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른 차량으로 피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위선을 증오하는 나머지 ‘위악’을 일삼았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남들의 (때로는 어머니와 영실의 것까지도) 선의를 소탈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 고질은 제가 구체적으로 기억해 낼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고교 시절 통학전차 안에서의 ‘위악’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발췌 / 서준식,《서준식 옥중서한》, 1979년 11월 28일자 편지 중에서 (…) ‘위선을 미워하는 위악이 아무리 아름답게 느껴져도 결국 위악은 악에 지나지 않는다.’ (…)* 발췌 / 서준식,《서준식의 생각》, \사람사랑\ 1996년 8월 31일<초심을 지키며>, 야간비행, 2003, 74-75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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