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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적 정의에만 건조하게 집중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오빠’라는 호칭은 친밀감의 표현이다. 나이 어린 여성이 손위 남성을 ‘오빠’라고 부르게 되면 ‘선배’ 같은 사회적 관계에 기인한 호칭이나, 아니면 관계성을 배제한 채 이름 뒤에 ‘씨’를 붙여 부르는 것보다 친근한 관계로 여겨진다. ‘오빠’라는 호칭은 일차적으로 가족관계 속에서 여동생이 사용하는 호칭이기 때문에, 그 호칭을 통해 서로 가까운 유사가족관계에 놓여 있다는 느낌을 부르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 가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오빠’라는 호칭이 더욱 가깝고 친한 관계라는 느낌을 가진다는 것은 사실이며,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의도를 가지고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하지만 ‘오빠’라는 호칭은 나이 어린 여성이 손위 남성을 부르는 호칭이라는 점에서 사용자를 ‘나이 어린’ ‘여성’ 의 위치에 고정시키는 역할도 한다. 두 사람의 관계 속에서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사람이 ‘나이 어린’ ‘여성’ 이라는 점은 단순한 사실이지만, 그 두 사람이 속해있는 사회의 맥락에서 재해석하면 단순한 사실 이상의 의미를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읽어내야 한다. 어떤 관계가 한 사회에 속해 있는 한, 관계의 사회적 함의를 생각하지 않는 것은 그것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사람과 마찬가지의 영향을 끼친다.) ‘나이 어린’ ‘여성’ 이라는 ‘사실’이 사회적 맥락에서 해석되어 가지게 되는 나름의 의미는, 다시 ‘오빠’라는 호칭에 대한 인식으로 개인에게 되돌아온다.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여성이 그 호칭에서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함’ 이나 ‘나를 아끼고 돌봐주는 사람’ 같은 느낌을, 그리고 ‘오빠’라는 호칭을 듣는 남성이 자신을 ‘오빠’라 부르는 여성에 대해 ‘귀엽고, 챙겨주고 싶고, 감싸주고 싶은’ 느낌을 갖는 것을 모두 ‘오빠’라는 호칭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는 이미지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나는 그 속에서 이미 이 사회에 팽배한 나이주의¹)와 성별위계의식의 잔재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나이 많음과 남성이라는 사실이 권력으로 작용하는 사회에서 ㅡ 지구적으로 보면 백인이지 못해 권력 관계의 열위를 차지하는 무리가, 조건에 따른 부당한 위계에 대한 반성은 없이, 그저 어떻게든 열위 속에서도 나름의 우위를 차지해 보겠다고 아둥댄다 ㅡ 스스로를 ‘나이 어린’ ‘여성’ 의 위치에 놓는 행위에 대해 의식하지 않고, 나아가 그러한 행위의 의미를 지적하지 않는 것은 이 불평등한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일이다. 이 두 가지 요소를 갖춘 수혜자들은 ‘본능적’으로 그것이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그것을 통한 우위를 적극적으로 획득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우위의 달콤함을 알고, 그것을 갈망하는 모습이 제대로 투영된 말이 바로 “오빠라고 불러 봐.” 다. 이는 연애 관계에서 (연하의 남성이 연상의 여성에 대해서조차) 애원하듯 “오빠라고 한 번만 불러 봐.” 라고 말 하는 것이나, 선배가 후배에게 술자리등에서 관대하게 친근함을 하사하듯 “그냥 오빠라고 불러.” 라고 말하는 것 모두 마찬가지다. 관계나 맥락에 따라 여러가지 선택이 가능한 ‘호칭’에 대하여 유독 ‘오빠’만이 ‘불릴 이(피칭자)’로부터의 ‘강한 권유’를 받는 경우가 많다는 점 또한 주목해야 한다. ‘오빠’라는 호칭으로 불리고 싶은 강한 욕망은 곧 그것이 가지는 효과에 대한 강한 욕구이기도 하다. 일단 ‘오빠’라고 한 번 불리게 되면 초면이라도 자연스럽게 반말이 터져나오는 점이나, 별로 친하지 않은 여성에 대해서도 “이 오빠가 도와줄게!” 같은 말을 어렵지 않게 하며 오빠를 ‘자처’하는 남자들의 모습이 여전히 드물지 않다는 점 또한 ‘오빠’라는 호칭의 효과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오빠’가 됨으로써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일종의 상하관계를 설정하고, 그 속에 상대와 자기 자신을 집어넣은 후에 ‘오빠 노릇’을 하는 쾌감을 만끽하는 것이다. (쾌감 이외에 ‘그’들의 강한 욕구를 설명할만한 다른 이유가 뭐가 있을까?) 지극히 평등해야 할 연애관계에서도 오히려 이런 ‘오빠’와의 관계가 당연한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만한 사실이다. 스스로를 열등한 위치에 놓기 위해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여성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남성 또한 ‘오빠’ 호칭을 통한 권력 관계 설정을 치밀하게 계산한 결과라기 보다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달콤한 이미지와 친근한 느낌이 좋아서 '오빠 소리'를 듣길 원할 것이다. ‘오빠’라는 호칭을 통해 느끼는 친밀감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진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오빠’라는 호칭이 가지는 사회적인 의미를 배제할 수는 없다. ‘오빠’라는 호칭 자체는 잘못이 없지만, ‘오빠’를 부르면서 스스로가 놓여지는 ‘나이 어린’ ‘여성’ 의 지위가 사회적 불평등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나이 어린’ 사람이 단순히 ‘나이 어린’ 사람일 뿐이지 못하고 ‘여성’이 단순히 ‘여성’일 뿐이지 못한 세상에선,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 또한 단순히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일 뿐일 수는 없는 것이다. ‘오빠’라는 호칭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악영향을 인지하는 사람들에게 이 세상은 말 그대로 ‘오빠를 오빠라 부르지 못하고, 오빠가 오빠라 불리지 못하는’ 세상이다. 오빠¹) 나이주의에 대하여. “(…)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꼭 대접을 받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어리면 어린 대로 무시당하지만 나이가 들면 늙었다고 괄시 당하는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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