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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은 강간에 대해 여성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일상적인 공포를 전혀 알지 못한다”.
강간은 사회적으로 가해자 남성(들)과 피해자 여성의 구도로 규정된다. 강간은 물리적인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이성에 대하여 가해지는 폭력의 하나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물론 소수의 예외도 존재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소수에 불과하다. 남성에 대한 강간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법 또한 강간이란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것이라는 사회적인 의식을 반영한다. 이러한 의식은 배제된 남성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이중의 폭력으로 작용하므로 바뀌어야 할 부분이지만, 실질적으로 성폭력 피해자의 95% 이상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인식이기도 하다. 이러한 통계 수치와 사회적인 인식 속에서 여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잠재적인 피해자로서의 공포를 일상적으로 가질 법한 환경이라고 생각된다. 반면에, 같은 환경 속에서 피해자로 위치 지어지지 않는 남성은 그 공포 또한 느끼지 않는다. 남성 자신을 성폭행의 피해자 위치에 놓는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일지라도 일반적으로 여성이 느끼는 공포와 그 남성이 느끼는 공포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강간이란 성행위를 전제하고 가해자를 이성이라고 상정하기 때문이다. 남성의 경우 가해자의 위치에 여성을 놓게 되면서 보편적으로 물리적인 우위를 빼앗기지 않는다는 안도감을 가질 수 있다. 이는 여성의 경우와는 매우 다르다. 남성이 여성들이 느끼는 강간에의 공포를 대리체험하기 위해서는 역학 관계 속에서 여성과 같은 위치에 놓인 자신을 상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자신보다 물리적인 우위를 점하는 상대에게 제압당한 후 성적으로 농락당하는 상황을 상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남성에게도 이런 상상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 현실로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느끼게 하는 공포의 대상이 있는데, 바로 남성 동성애자의 존재다. 남성의 남성에 대한 공격적인 호모포비아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두려움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그 상상이 현실에서 나타나는 것은 전체의 5% 미만이라는 예외적인 상황에 해당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이 비율을 95% 이상 끌어올리고, 그것을 현실로 체감하는 것은 아무리 뛰어난 상상력으로도 불가능하다. 상상을 넘어선 체험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한계는 명확하다. 인터넷을 통해 익명의 사용자들과 게임을 하다 보면 “강간 했다”, “강간 해주마” 는 말을 왕왕 듣게 된다. 일방적인 게임으로 가지고 놀았다/겠다는 뜻으로 ‘강간’이라는 어휘가 사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때때론 자신의 처지를 “강간 당했다” – 요즘은 “관광 당했다”는 순화(?)된 표현을 사용하지만, 의미 자체는 변함이 없다 – 고 표현하며 자신을 피해자의 위치가 되는 것조차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사람들은 사회 구성원의 절반이 일상적인 공포를 가지고 있는 폭력적인 어휘에 대하여 민감하게 반응하기는커녕 그것을 하나의 유행어로 즐기며 유통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많은 남성들은 “남성들은 강간에 대해 여성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일상적인 공포를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다. 그것만이라도 안다면, 저렇게 놀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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