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영화로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미군이 저지른 (그리고 이후 아부 그라이브로 이어진) 잔혹한 행위들을 재확인하며 신음을 흘린 게 바로 오늘이었다. 미국과, 그들의 언어에 대해서까지 맹목적인 반감을 가지게 하기에 충분한 작태들을 바라보며 애써 그들은 미국인의 전부가 아니며 언어 자체의 죄가 아니며 게다가 그들은 군대라는 권력 구조 안에서 자기 의지와 감정을 거세당한 말들이라고, 이성을 되찾고 상황을 제대로 바라보라고 스스로를 다잡았던 게 바로 몇 시간 전이었다. 거대한 구조 속에서 인간성을 잃어가고 점차 차갑고 잔혹하게 변해가는 사람들의 입장까지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분노한다면 그것은 더 큰 구조를 향해야 한다고.
그런데 또다시 마음을 다잡는 것이 쉽지가 않다. 스스로 자해하면서까지 지문 날인을 거부하는 한 소녀를 짓눌러 피흘리는 손가락에 잉크를 눌러 찍는 것이 대한민국 경찰이라는 사실을 접하고는 마음을 다잡는 것이 정말로 쉽지가 않다.
국가란 개인에 대한 모든 폭력을 정당화하는 이름인가. 개인의 양심을 거리낌없이 짓밟는 공권력에 처절하게 피흘리며 저항하던 열 손가락에 기어코 검은 잉크가 찍혔을 때의 심정은 쉽게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저 마음이 아플 뿐이다. 마음을 다잡기가 쉽지 않다. 무엇이 저 소녀를 저 지경까지 몰고 갔는가. 대체 무엇이 경찰을 저리도 잔인하게 만들었는가. 대체 무엇이….
가슴은 먹먹하고,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눈이 시리다.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