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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장기는 의사 앞에서 ‘살아있는 사물’로서 분리되어 관찰된다.
의사는 각자가 맡은 부위에 대한 전문가로서 육성되어 각자의 전문 영역인 장기들을 관찰하여 진단을 내리고 치료 방법을 결정하여 행한다. 이러한 방식은 한 의사의 지식과 경험을 특정한 영역에 집중시킴으로써 고도의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의료 행위에서의 한 번의 실수는 곧바로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의사는 필히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전문가로서, 의사는 환자를 장기와 장기로 분리하여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냉정하게 가장 유용한 치료 방법을 결정하고, 이후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외의 모든 과정에서 의사는 환자를 자신과 하등 다르지 않은 ‘인간’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장기와 장기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법을 생각해 낸 후 시야를 되돌려 눈앞에 앉아있는 한 명의 인간을 생각하며 최종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렇게 내려진 결정을 시술하는 순간은 다시 장기와 장기에 집중한다. 그리하여 어떤 상황에도 동요하지 않고 냉정하게 환자와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침착함을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이 끝나는 바로 그 순간 그는 다시 좁혔던 자신의 시야를 넓혀 자신 앞에 누워있는 한 명의 인간을 보아야 한다. ‘현대 교육의 뚜렷한 특징인, 사물들의 상호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따로따로 떼어 놓고 사고하는 훈련’에서 서구식 현대 의학교육 또한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들이 취급하는 ‘살아있는 사물’간의 일련의 상호관계에 대한 교육은 분명히 이루어질 것이다. 그것을 하나하나 연결하지 않고는 그들이 취급하는 사물의 ‘살아있음’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생존 이외의 가치로서의 총체적인 인간에 대한 고려까지 그들의 교육 과정에서 배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의학교육 과정을 마치고 막 진짜 의사로서의 공부에 들어선 사람들을 병원에서 겪어 본 사람이라면 이러한 의문을 공유할 만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내 주변에 의사가 많은 덕분에 단순히 환자로서만 의사를 겪은 사람들보다는 의사의 여러 면을 접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공상의 꼬리가 의사라는 직업과 그들의 길에 대한 생각으로 흘러갈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면 언제나 의사의 길을 걷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내 친구들이 떠오른다. 그리곤 이어서 그 친구들 술이라도 한 잔 하며 주제넘게 그들이 걷고 있는 길에 대해 일설을 풀어놓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정작 오랜만에 한 번 만나게 되면 말을 쉬이 꺼내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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