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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은 유독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소위 말하는 ‘네이티브’)에 대한 열등감이 심하다. 가장 저렴한 외국어 공부 방식인 텍스트만으로 2차원적인 영어 공부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시대에 비해 각종 미디어를 통해 쏟아지는 영어를 접하고 영어권 국가로의 어학연수도 빈번하며 수많은 ‘네이티브’ 회화 선생님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지금의 영어교육 환경은 이러한 열등감이 거의 없는 사람들의 수를 현격히 늘려 놓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 사람들의 자신의 영어 실력에 대한 열등감은 강한 편이다.
사실, 영어를 공부하여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을 정도의 한국 사람이라면 대부분의 영어권 ‘네이티브’ 보다 훨씬 나은 어학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한국 사람이라면 모국어인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나아가 영어를 배워 구사할 줄 아는 수준 - 게다가, 요즘은 무려 제2외국어까지 영어만큼 능통한 한국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 인 반면, 영어권 ‘네이티브’들은 한국말을 정말 ‘쥐뿔도’ 할 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들이 모국어를 하는 만큼 나도 모국어를 하고 거기에 더해 외국어도 이만큼 공부한 자신의 모습을 직시한다면 열등감을 가지거나 부끄러워 할 이유가 없다. 물론 쓸모의 측면에서 본다면 한국어와 영어는 극명한 위상의 차이가 있다. 실제로 영어권 ‘네이티브’들이 굳이 (한국어가 아니더라도) 외국어를 익히는 데 ‘한국 사람들이 영어 배우듯’ 하지 않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영어라는 언어가 가진 유용성이 한국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다른 언어권 사용자들 사이의 의사소통에서 가장 널리 실질적인 세계 공용어로서 - 이슬람 세계 등을 배제한 반쪽짜리 세계에서의 ‘공용어’긴 하지만 - 사용되고 있는 영어와 아시아 동쪽 끝의 한반도에서만 쓰이는 한국어를 동등하게 두어도 되는가에 의심을 가질 수도 있다. 허나 이러한 생각은 언어의 가치를 도구적 유용성만으로 국한하는 태도일 뿐이다. 각각의 언어가 해당 언어권만의 독창적인 문화와 의식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한국어가 한국어권 사람들만의 의식과 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 바는 영어가 영어권 사람들의 의식과 문화 형성에 기여한 것과 마찬가지다. 각각의 언어의 가치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에서의 공신력이나 비즈니스에서의 유용성 등의 계량적인 측면으로 등수를 매길 수 없는 것이다(하지만, 한국과 미국 두 나라가 함께 체결하는 FTA협정문도 한글본은 인정할 수 없고 단지 영문본만 인정하겠다고 미국 측이 당당히 고집할 수 있는 것도 이렇게 등수를 매길 수 있다는 인식이 대세라는 뜻이겠지...). 언어란 그 고유성만으로도 이미 하나의 지대한 가치를 지니며, 그것은 모든 다른 언어에 대하여 그 개별성을 존중받아야 한다. 외국어의 도구적 측면을 외면할 수는 없다. 이것은 현실이다. 그 시대에 상대적으로 쓸모가 있는 언어를 유창하고 정확하게 구사할 수 있으면 그만큼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것이 언어 습득의 유일한 목표가 된다면 그 과정은 끝없이 괴롭고 마지막 순간까지 일말의 상대적 열등감을 없앨 수 없을 것이다. 외국어를 익히는 것이 다른 언어권의 문화를 알아가고, 그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며, 그들과 소통할 수 있기 위함이 아니라 단지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도구를 획득한다는 의미밖에 없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은 넘을 수 없는 하나의 커다란 벽을 만날 수밖에 없다. 이미 그 도구를 가장 유창하고 정확하게 (그리고 섬세하게까지) 사용할 수 있는 태생적 환경을 지닌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경쟁자로 자리 잡고 있으며, 매일같이 그들의 아이들이 태어나 능력 있는 후발주자로서 자신의 뒤를 노리고 있다고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도구적 유용성은 언어의 일부에 불과하다. 언어는 언어로서 익힐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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