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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에 대한 큰 착각 중 하나는, 그것이 이미 누군가로부터 주어진 권리라는 생각이다. 이는 아마 인권의 역사적 기반인 자연권을 천부인권이라 표현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태어나면서부터 가지는 권리,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권리라는 뜻에서 ‘하늘로부터 받은 사람의 권리’라는 식의 한자 설명은 이미 정해진 고정불변의 권리를 ‘하늘님’이 부여한 것인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이런 착각은 그러므로 성인부터 흉악범까지 가리지 않고 누구나 문자 그대로 ‘인간이기만 하면 누구나 마땅히’ 가지고 있는 권리이기에, 인권은 필시 매우 작고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것이라는 결론을 이끌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인권은 ‘이미 주어진’ 권리가 아니라, ‘마땅히 주어져야 한다’는 범인류적 합의에 다가가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당위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인간 발전의 도상에 진입하고자 하는 치열한 노력인 것이다. 근대 국가관의 형성 과정에서 권리란 법률에서 보장하는 것만 인정한다는 주의에 대하여 법률 이전의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일종의 주장이다. 사상가마다 자연권에 대한 규정이 같지 않음은, 이가 추구할 가치로서의 당위이며 불변한 천부의 권리가 아님을 드러낸다. 인권의 경우 이러한 자연권을 현실적 영향력을 가지는 일종의 법률로까지 보장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용어다. 프랑스 인권선언에서 시작해 현재 유엔의 인권선언문까지 이어졌다고 보는 인권도, 국가와 법률도 침해할 수 없는 인간 본연의 권리로서의 자연권을 규정하고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기나긴 흐름 속에 위치한다.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여기까지 이끌어 온 것이 인권이다. 하지만 사실 인권의 규정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고, 끝나서는 안 된다. ‘사람다운 삶‘을 위한 싸움인 인권 투쟁이 필연적으로 내포하는 질문, “사람다운 삶이란?”에 대한 답이 시공간적 맥락을 배제하는 순간 현실과의 괴리가 발생하고, 그 틈이 수많은 사람들을 집어 삼킨다. 자연권 추구의 흐름 속에 위치하는 인권일지라도, 계급적 시각에서 보면 부르주아지의 재산권 보호를 위한 개념이었음을 완전히 부정할 수 없다. 허나 그렇게 출발한 인권이 현재 수많은 약자들의 ‘사람다운 삶’을 보장하라고 주장하는 당위로 변한 것은 분명한 발전이었다. 이처럼 앞으로도 인권 개념은 세태에 감응하여 반응하는 민감함으로 계속 진보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인권 투쟁이 근본적으로 치열한 것은 이와 같은 개념 규정에 한 시도 태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념 규정은 역사 속의 오류를 포착하고, 현재의 세태를 끊임없이 반영하며, 미래의 상황에 대한 예측까지 포함해야 한다. 이는 인간보편의 가치로 추앙하는 자유와 평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당연하다. 인권 또한 자유와 평등이라는 두 축을 기준으로 회전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개념 규정 과정은 그것의 현존하는 인권 침해에 대한 실제적 규탄과 저항만큼이나 치열하다. 아무리 어두운 시대라도 배부르고 등따뜻한 생활을 누리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아무리 밝아 보이는 시대라고 해도 고통스럽게 살아남기 위한 삶을 헤쳐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유토피아에 살지 않는 한,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소리 없는 아우성도 항상 있을 것이다. 이 시대는 그것을 인권이란 이름으로 표출하고 있을 뿐이다. 타는 목마름으로 인권을 부르짖는 사람들이 있는 한, 그러한 그들을 위해,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 세상에서 눈 돌리지 않고 치열하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인권은 결코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것으로 남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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