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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0일, 뉴욕타임즈에 영화 ‘디-워’(영어명: Dragon Wars) 관련 기사(New Tactics Aim to Make Korean Film a Hit in the U.S, By Brooks Barnes, Published: September 10, 2007)가 실렸다. 그런데 실린 곳이 문화/예술 면이 아닌 비즈니스 면이다. 기사는 영화 자체보다 심형래 감독의 영구아트가 미국 영화산업에 진출하는 방식에 중점을 두고 논한다.
이 기사를 가지고 국내의 몇몇 언론은 좋은 말만 뽑아 읽으며 미국의 권위 있는 일간지가 ‘디-워'의 성공전략을 대서특필했다는 식으로 전했다. 하지만 몇 번을 읽어보아도 그런 뜻이 아니다. 기사의 내용은 주로 영화를 둘러싼 산업관련 사실들이었고, 어조는 전반적으로 예의 바르게 냉담했다. 영화작품으로서의 ‘디-워’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다.
뉴욕타임즈의 기사를 번역해 전한 한국의 기사들이다. 연합뉴스와 경향신문은 중후반부의 부정적인 내용들도 전부 다루고 있다. ‘대서특필’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한 두 매체의 경우 입맛에 맞는 편집과 해석으로 원래 기사와는 달리 ‘디-워’를 추켜세우는 내용으로 바꿔 전하고 있다. mbn 매일경제 신문의 경우 회의적인 시각을 보인 기사의 중후반부는 빼고 전하고 있다. 기사를 전한 몇몇 한국 언론들의 방식에 대해 가능한 선의의 해석은 ‘기자의 오독’이다. 최선을 다해 좋은 쪽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게 이 정도다. 하지만 ‘NYT "디워, 설명 필요없는 영화" 호평(한국일보)’ 기사는 그것도 힘들다. 원문은 뉴욕타임즈의 ‘9월 개봉작 소개기사(September Release Schedule)’로, 다른 영화들과 함께 Dragon Wars 도 다루고 있다. 단순한 사실을 나열할 뿐 ‘디-워’에 대한 호평은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한국일보 기자는 ‘(한국영화지만) 귀찮은 자막은 없다(─though with no pesky subtitles.)’는 부분을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라고 호평했다고 옮겨 썼다. 이는 단순히 실수라고 보기 어렵다. 의도적인 왜곡을 의심해야 할 정도다. 여기서도 최선을 다해 선의의 해석을 하자면, 기자가 ‘디-워’의 흥행성공을 너무나 바라는 나머지 ‘읽고 싶은 쪽으로만 읽어버린’ 상황이라 해석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지극정성을 다해 선의의 해석을 해 줄 이유는 없다. 기자가 영화사에서 돈 받아먹고 쓴 게 절대로 틀림없다고 앞 뒤 없이 악의적으로 해석하지만 않으면 된다. 9월 15일자 뉴욕타임즈 사이트 Movies 란 첫 페이지에 ‘디-워’의 스틸컷과 함께 영화 리뷰가 크게 떴다. ‘Who Needs Plot When You’ve Got Dragons? (by Andy Webster, Published: September 15, 2007)’.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용만 있다면 플롯이 무슨 필요냔다. 플롯은 (형편)없다는 뜻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 아닌가? 그렇다. ‘진교수의 교양 강의’에서도 나왔던 말이다. 기자는 영화의 스토리를 문자 그대로 ‘단숨에 읊어’버린다. 기사의 격식은 지키겠다는 거다. 기사의 요지를 드러내는 문장은 따로 있다. “It’s impossible not to be entertained, provided — this is crucial — you have a sense of humor.” ‘즐기지 않을 수 없다. 단, 유머감각은 필수.’ 날카롭다. ‘스타 뉴스’는 이 기사를 “조롱이 섞인 듯한 미묘한 뉘앙스의 비평 기사”라고 전했다. 조롱이라고까지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미묘한 뉘앙스임은 분명하다. 조선일보는 똑같은 텍스트를 놓고 정반대로(NYT 디워, 숨 쉴 수 없을 정도로… 호의적 영화평) 읽었다가 이내 제목에서 ‘호의적 영화평’이란 단어를 빼며 한 발 뒤로 물러났다. 해석도 가지가지다. “번역은 반역”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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