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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1일 목요일 장하준 교수 초청강연 메모
[1시간 강연] 강연 자체는 기본적으로 저서의 내용이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저서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에서 도요타 사의 렉서스를 세계화의 상징으로 삼는다. 그리고 자유무역과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통해 ‘렉서스의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작 지금의 도요타와 렉서스를 있게 한 것은 1960년대 도요타에 대한 일본정부의 지원과 보호무역이었다. 영국이나 미국을 자유무역의 발상지로 흔히 알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두 나라는 역사적으로 보호무역을 가장 강력하게 추진해왔다. 영국은 1860년대까지 자국 산업발전을 위해 보호무역을 고수했다. 그로 인해 세계 최강국이 되자, 전 세계에 자유무역의 필요성을 설파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사다리 걷어차기’다. 영국이 보호무역 정책을 시행했다면, 미국은 더 나아가 이론화를 이루었다. 미국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헤밀턴은 미국과 같은 후진국의 산업을 시장에만 맞기면 안된다는 골자의 보고서를 올렸다. 헤밀턴의 ‘유치산업론’은 차후 프리드리히 리스트가 발전시킨다 헤밀턴의 견해는 당시 세계적인 권위를 가졌던 애덤 스미스의 견해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은 반대에 부딪혔지만, 약 20년 후 그의 주장은 빠짐없이 정책으로 시행되었다. 1820년 미국의 평균 관세는 40%까지 치솟았다. 자유무역? 역사적으로 선진국 중 네덜란드 스위스를 제외하면 전부 보호무역의 경험이 있다. 금융시장 개방과 외국인투자 적극유치? 19세기 미국은 외국인 투자를 엄격히 규제했다. 외국 금융자본이 국내시장을 소유하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예시들은 생략) 공기업 민영화? 프랑스의 유수의 기업들은 대부분 한때 국영기업이었던 경험이 있으며, 현재도 세계 유수의 기업들 중 일정 부분 국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많다. 다만 공기업의 이미지가 좋지 않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자세한 예시는 생략) 지적재산권? 19세기 대부분의 국가들은 외국인의 발명을 자국인이 들여와 특허를 내는 것을 허용했다. (자세한 예시는 생략) 결론적으로, 선진국들은 자국산업육성을 위해 보호무역을 해온 역사에도 불구하고, 현재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자유무역 정책을 후진국에 강요하고 있는 형국이다. 통계적으로 신자유주의를 채택한 후 경제성장률이 떨어지지 않은 나라가 없을 정도다. 운동경기도 체급을 나눈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다. 하지만 현재 세계경제의 추세는 그나마 남은 후진국에 대한 어드밴티지마저 없애는 방향이다. 무리한 신자유주의적 개방은 오히려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린다. 현재 신자유주의론자들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이기심에 기반한 ‘사다리 걷어치기’다. 둘째는 신자유주의가 진짜 좋고 선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위험하다. 전자는 신자유주의가 아닌 다른 길, 후진국을 발전시켜 더 큰 시장을 만드는 쪽이 장기적으론 더 이익이라고 알려만 주면 태도를 바꿀 것이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자체를 신격화하는 경우엔 대책이 없다. [1시간 30분 질의응답] 시간을 초과해도 질문을 다 소화할 수 없었다. 문) 성장과 분배는 어떻게? 답) 상황에 따라 다르다. 극도로 불평등한 남미 사회 같은 경우는 분배를 통해 전반적인 개선의 여지가 있다. 불평등도가 줄면 폭력과 같은 사회의 위험요소도 줄고, 투자를 이끌 수 있다. 한국의 경우는, 분배와 성장이 꼭 이분법적으로 대립하는 건 아니다. 양자를 동시에 이루는 것도 가능하다. 가령, 세계에 유래가 없는 현상이 한국에는 있는데 바로 의대에 대한 과잉 인기다. 경제학적으로 봤을 때 의사의 공급이 예전보다 늘어 상대적으로 수입은 떨어졌는데도 인기는 오히려 더 늘고 있다. 더 심화된 고용불안 때문에 안정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브레이크가 있어 더 빨리 달릴 수 있다’고 했다. 복지가 더 향상되고, 사회적 안전망이 탄탄하게 구축되면 젊은이들이 더 적극적으로 다양한 구직활동을 할 수 있다. 이 쪽이 전체의 성장의 측면에서도 이롭다. 문) 신자유주의는 대세다? 답) 한국 정부의 입장이 그렇다. 세계적인 흐름이 그러하니 우리도 따라야 한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대세라고 꼭 옳은 것은 아니다. 물론 작은 국가는 대세를 거스르기 힘들다. 그러므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역사는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이 아니다. 방향전환이 가능하다. 문) 한미 FTA? 답) 정부의 논리는 이렇다. 5등짜리 아이를 1등 그룹에 넣으면 자극을 받아 더 발전을 할 가능성이 있다. 나의 물음은 과연 한국이 5등짜리 아이인가 하는 점이다. 아무리 세계 10위 경제규모라 해도 한국의 GDP는 미국의 1/3 수준이고, 강하다는 제조업도 미국의 3~40%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은 5등이 아니라 15등이다. 15등짜리 아이를 1등 그룹에 넣으면 배우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 졸기만 한다. 따라가지 못한다. 문) 금융개방이 신성장동력이다. 답) 망상이다. 한국은 영국 미국의 금융자본과 경쟁도 할 수 없다. 영국 식민지 시대에 쌓은 인적자본을 바탕으로 성장한 싱가폴이나 홍콩과의 경쟁도 이길 수 없다. 게다가, 수준에 맞지 않는 자본이 유입된다면 환율평가절상 압력이 생겨 제조업 수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다. 2~30년 장기 계획으로 금융자본을 길러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겠다면 찬성이다. 이는 산업 다각화다. 하지만 지금 한국 정부의 태도는 무작정 금융시장을 개방할 테니, 들어와서 알아서 잘 만들어 달라는 식이다. 이건 안 된다. 문) 이젠 금융산업의 시대다. 답) 역사적으로 제조업 강국이 금융 강국이 되었다. 제조업을 사양화하면서까지 금융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금융강국으로 알려진 스위스는 사실 세계 제 일의 제조업의 강국이기도 하다. 문) 세계화로 인해 더 저렴한 제품이 유통되면 소비자는 이익이다. 답) 맞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이익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소비자이자 동시에 생산자다. 세계화의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생산자들이 나온다. 복지국가 외에는 생산자의 피해나 실직 등의 문제가 보상이 되지 않는다. 공평한 분배가 이루어져야 이러한 보상이 가능하다. 마늘 농업을 희생해 중국에 핸드폰을 판다고 해서 핸드폰을 판 이익금이 마늘 농가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문) 지금의 한국이 예전과 같은 보호무역을 재개하는 건 불가능하다. 답)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다른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R&D(연구개발)투자 등이 있다. 미국은 연구개발비로 책정된 예산이 어마어마하다. 미국 산업은 군대 등에서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며 성장했다. 이렇기에 미국은 WTO 제제 항목에서 기초연구개발보조금은 제하고 있다. 우리도 이렇게 해야 한다. 미국이 대단한 것은 여전히 엄청난 산업정책을 행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국가들에게는 그렇지 않다고 믿게 만드는 점이다. 속이는 놈은 나쁘지만, 그렇다고 속는 놈도 바보다. 문) 청년실업에 대하여 답) 신자유주의 풍조가 바뀌어야 한다. 시장개방에 의해 적대적 M&A가 횡행하자 상장 기업들은 단기주의의 압력에 짓눌린다. 인수합병을 피하기 위해 매년 배당만 많이 하자는 단기적인 목표에만 충실하게 된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비를 깎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더 많은 비정규직에 의존한다. 비상장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대기업들의 불안감 때문에 하청단가가 떨어진다. 같이 힘들어진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에서도 비정규직이 늘어난다. 문) 세계 속의 한국은? 답) 한국은 매우 독특한 위치에 있다. 1960년대 이후 지금까지 구매력 기준 국민소득이 무려 14배 증가했다.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초고속 성장이다. 그로 인해 현재 한국에는 가난과 부를 동시에 아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일이다. 이런 특수한 상황을 이용하면 국제사회에서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의 중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선진국에는 후진국의 입장을, 후진국에는 선진국의 입장을 서로 절충하여 전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국제적인 발언권이 상당히 강해질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정반대로 하며 국제적인 입지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공산품 협상에선 선진국 입장에 서서 후진국의 관세인하를 요구하고, 농업협상에선 후진국 입장에 서서 보호를 주장한다. ‘박쥐 외교’다. 문) 재벌을 옹호한다. 답) 꼭 하나의 집안이 기업을 소유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각화된 경제집단구조가 (아직 후진국형인) 우리의 경제에 도움이 되기에 아직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재벌 구조 속에서라면 기존 산업의 이윤을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는 데 투자할 수 있다. 기업집단 차원의 보호무역과 유치산업육성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한국은 주주자본주의만으로는 아직 경쟁력이 부족하다. 재벌 기업은 국가의 지원을 많이 받아가며 성장했다. 결국 재벌만의 것도, 주주만의 것도 아니다. 국민의 것이기도 하다. 일정 부분 국민의 것임을 주장할 정당성이 있다. 이를 통해 재벌 구조의 부작용을 제거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처벌을 해 나가더라도 그룹 구조 자체는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조건 없애버리겠다는 게 아닌, 전향적 사고를 가진 재벌 개혁이 필요하다. 문) 대선이다. 답) 세세한 정책에 대해서 평가하긴 힘들다. 다만, 한미 FTA에 대한 입장은 분명하다. 수준 차이를 무시한 개방이다. 이건 나쁘다. 전반적으론, 신자유주의의 틀을 바꾸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대선 후보들의 공약은 전부 신자유주의의 틀 안에 있는 것 같다. 문) 한국 경제의 대안은? 답) 국가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 사회는 개인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이 배치되는 바가 너무 많다. 개인은 단순히 안전한 직장을 최고로 치는 반면, 사회의 이익을 위해서는 기초투자와 연구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괴리가 생긴다. 개인과 사회의 비용편익의 간극을 줄이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국가적으로 인력 낭비가 심하다. 영어에 대한 과도한 집중도 그 중 하나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모든 국민이 적당히 영어도 잘하고, 전문 지식도 적당히 갖추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경쟁력은 절대 생기지 않는다. 좋은 통번역사를 양성해야 한다. 그를 통해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은 전문지식에 집중할 수 있다. 이런 조정도 정부가 해야 한다.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기본이다. 그렇게 되면 경제성장도 더 역동적이 된다. 사회안정화를 이룬 복지국가는 신기술 도입에 저항이 거의 없다. 직장을 잃어도 실직수당을 받으며 재교육을 통해 재취업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자유시장 하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려면 전쟁을 치뤄야 한다. 스웨덴과 같은 복지국가가 동시에 매년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손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 ‘권력은 시장에 넘어갔다’고 말하는 건 직무유기다. 시장의 문제들을 보완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문) 신자유주의가 민주주의를 강화한다? 답) 반대다. 시장은 1원 1표고, 민주주의는 1인 1표다. 시장의 역동성은 인정하지만, 한계와 부작용도 분명히 있다. 이것을 통제하고 보완하는 것이 정치다. 민주주의다. 신자유주의는 이러한 정치를 불신하며, 정부의 영역을 계속 축소한다. 민주주의와 어느 정도 배치한다고 볼 수 있다. 문) 마지막으로 한 말씀. 답) 사회과학의 비주류는 자연과학처럼 입증을 통해 틀렸다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생겨난다. 나의 이론은 현재 경제학계에선 비주류지만, 60~70년대엔 주류였다. 현재 주류 경제학의 방법론은 신고전파 계량경제학 수리경제학이며 결과는 시장경제다. 그 자체로는 나쁘지 않다. 문제는 주류만 맞고, 나머진 다 틀렸다는 식의 태도다. 현재 경제학계는 학문적인 다양성이 사라지는 추세다. 이건 옳지 않다. 학자는 주류/비주류와 무관하게 자기가 믿는 바를 추구하는 직업이다. 단기적인 주류도,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주류가 아니다. 느리고, 때론 후퇴하고, 그러다 다시 나아가지만, 역사는 진보한다고 믿는다. 옳고, 맞다고 생각하는 바를 진솔하게 계속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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