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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일,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차별금지법안에서 ‘성적 취향’을 포함한 일곱 개의 항목이 사라졌다. 이를 목표로 결성한 ‘동성애 차별금지법안 저지 의회선교연합(국가조찬기도회, 성시화운동본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등)’은 필시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아직 대한민국을 버리지 않으셨다고.
동성애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한국 주류 기독교회계의 주장은 현실교회란 지극히 배타적인 집단이라는 불편한 사실에의 공식적인 자가증언이다. ‘동성애자를 차별할 권리’를 침해하지 말라는 그들의 이번 주장은 (가치판단 이전에) 현실교회의 배타성을 공공연한 사실이자 하나의 상식으로 자리잡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인류의 진보는 전반적으로 사실과 상식의 축적 과정과 그 궤를 함께한다. 사실과 상식은 유쾌한 것이든 불쾌한 것이든 사유의 기반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인류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현실교회의 배타성 재확인은 그런 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모든 논의의 전제는 정확한 개념의 상호공유라는 점에서도 주류 기독교회계의 이번 ‘동성애차별 허용 요구’는 긍정적인 일면이 있다. 지금껏 동성애에 관한 사회적 논쟁은 ‘동성애 찬/반’이라는 잘못된 방식으로 의견진영을 구분하고 있었다. 동성애에 반대한다는 쪽은 어느 정도 명확하다. 동성애에 대한 도덕적 가치판단(악하다, 나쁘다)과 결과적 불이익(풍기문란, 질병 확산 등)을 근거로 반대의사를 표한다. 그렇다면 찬성은 그 대극으로서 동성애는 ‘선하다’, ‘이득이다’는 주장이어야 균형이 맞는다. 하지만 기실 ‘동성애 반대’의 반대편에는 '동성애 찬성'이 아니라 성적 취향에 대한 평등한 존중과 관용적 포용이 주로 자리잡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동성애 찬성론자는 동성애 반대론자와 대등하게 동성애 자체의 도덕적 가치우월성이나 결과적 이익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들은 대부분 동성애를 개인에 귀인 하는 현존 성향으로 개념화한다. 반면에, 동성애 반대론자들은 동성애를 행위로 개념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중심 어휘를 이미 시작부터 다른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생산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기 힘들다. 동성애 찬/반 토론은 그래서 쉽게 겉돌았다. 하지만 법무부가 차별금지법안을 입법예고하고, 그에 대하여 보수적인 주류 기독교회계가 적극적으로 ‘동성애 차별 금지에 반대’함으로써 동성애 관련 논의의 틀이 구체화되었다. ‘동성애 찬/반’이라는 비효율적인 이분법에서 ‘동성애차별 찬/반’이라는 행위적 구분으로 조명이 옮겨진 것이다.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선은 양 진영 모두 여전하지만, 양측이 충돌하는 영역을 ‘차별행위’로 한정함으로써 생산적인 소통을 위한 공통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이제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한 ‘동성애 찬성론자’ 같은 말은 논의에서 사라지고 대신 ‘동성애차별 찬성론자’와 ‘동성애차별 반대론자’의 대립 구도로 접근하게 되었다. ‘동성애 찬성/반대론’에 비하면 기술적으로 훨씬 적확한 진영 구분이다. 예전에는 눈치를 봐 가며 드러내던 ‘동성애차별 찬성’ 주장을 이제는 노골적으로 표출하는 꼴에는 개인적으로 속이 울렁거리지만, 헛돌던 논의가 이제는 정확한 구분을 통해 정면으로 이루어지게 된 점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자유로운 논의의 장은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 있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논의는 필연적으로 충돌의 확률을 높인다. 충돌은 그 자체로는 소모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내제적 소모성을 능가하는 생산성을 발휘한다면 결과적으로는 상호 이익을 이끄는 현상이 된다. 정확한 대립항 설정은 충돌의 과정에서 소모적인 엇갈림을 방지하여 생산성을 제고한다. 그러므로 앞으로 불거질(듯한) ‘동성애차별 찬/반 논쟁’은 최소한 기존의 ‘동성애 찬/반 논쟁’보다는 생산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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