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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8일 여러 대학의 총학생회장들이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 모였다. 그들은 "힘내세요 I ♥ MB 우리가 있어요" 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42개 대학 총학생회장들의 이름으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에 대하여 공식적인 지지를 표했다. “청년실업처럼 꺼져가는 희망들은 결국 정체된 한국경제에서 기인하므로, 경제를 살리는데 어떠한 이념과 가치충돌도 있을 수 없다” “이명박 후보와 함께 압도적인 승리를 이루는데 우리 청년 대학생이 앞장서도록 하자.” 그들의 결의는 사뭇 비장하기까지 하다. ‘42개 대학 총학생회장 이명박 지지선언’을 기획한 것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그리고 그것을 해결할 적임자가 바로 이명박이라는 인식을 대학생 집단 전체의 것으로 보이게 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서 총학생회장에게 대학생 집단에 대한 대표성을 부여하고 지지를 통해 이를 획득하는 일련의 과정이 수반된다. “이번에는 현재 각 대학을 대표하는 총학생회장들이 참여해 의미가 있다”는 이기재 한나라당 청년본부 기획조정실장의 말은 이 과정이 이루어졌다고 믿는 한나라당 측의 인식을 드러낸다. 원희룡 한나라당 청년본부 총괄본부장 또한 “이번 지지선언은 현재 각 대학을 대표하는 학생회를 이끌고 있는 현역 총학생회장만으로 구성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총학생회장 개인의 공적 발언은 곧 총학생회의 의지다. 하나의 이익집단이자 운명공동체는 내부의 의견을 외부로 표출하기 전에 우선 의견을 하나로 합친다. 그리고 합의된 의견을 대표자의 입을 통해 전달한다.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곧 집단의 분열을 의미한다. 하지만 총학생회의 의지는 학생 집단 전체의 의사가 아니다. 물론 선거를 거쳐 선출된 총학생회는 민주적인 대표성을 획득한다. 하지만 최소한 지금 대학의 총학생회는 실질적으로 학생 집단의 의견을 대표하여 전체를 이끄는 리더가 아니다. 적합한 절차를 거쳐 선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의 대학 총학생회 선거에서 여러 명의 후보들이 각각 파악한 학생 전체의 문제의식과 시대정신을 가지고 자웅을 겨루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많으면 둘, 아니면 단 한 명의 후보만이 출마하는 비경쟁 선거가 이루어지는 경우 태반이다. 심지어 후보가 아무도 출마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선거가 학생 집단의 의지를 반영하여 대표자를 선출한다는 절차적 정합성이 훼손된 상태에서 선출된 총학생회는 실질적인 대표자로서 전체를 이끄는 리더(Leader)라기보다는 커뮤니케이션을 조율하고 일의 운영을 담당하는 코디네이터(Coordinator)라고 보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총학생회가 리더로서 학생 전체를 대표하려 할 때 학생 집단의 저항에 부딪힌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 당시 서강대학교 총학생회가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선배님’께 ‘서강대학교 후배들’ 이름으로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적이 있다. 당시의 총학생회는 정치적 성향을 막론하고 서강대학교 학생들의 거센 저항을 맞이했었다. 적절한 의견수렴 과정도 없이 함부로 학교 전체의 입장을 대표하여 공적인 발언을 한 것이 문제였다. 이처럼 선거를 통해 선출된 총학생회라 할지라도 그 자체로는 실질적인 대표성을 획득한 것이라고 인정받지 못한다. ‘42개 대학 총학생회장 이명박 지지선언’을 통해 노릴 수 있는 것은 상징적인 대표성이다. 말하자면, 이미지다. 한나라당은 상징적인 대표성을 가진 ‘현직 총학생회장’ 직함을 내세움으로써 학생 집단의 선택과 지지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도 있었었다. 하지만 이 역시 실질적인 대표성 여부에 대한 비판과 함께 지지자 목록의 신뢰도에 대한 의문이 계속해서 제기되면서 오히려 문제만 만든 꼴이 되었다. 한나라당 측은 뒤늦게 “이번 지지선언은 각 대학 총학생회 차원이 아니라 학생 개인들의 순수한 마음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을 바꾸며 대학생 집단에 대한 상징적인 대표성 획득까지도 사실상 포기했다. 물론, 그럼으로 인해 개인 자격이면서 왜 굳이 ‘현직’ ‘총학생회장’ 직함을 사용했는가 하는 새로운 문제제기에 직면했다. 이에 대해선 딱히 할 수 있는 말이 없을 것이다. 결국 이번의 ‘42개 대학 총학생회장 이명박 지지선언’ 사태는 실질적인 대표성도 없는 몇몇 대학의 총학생회장들이 자신들의 상징적인 대표성이라도 비싼 값에 팔아보려는 시도와 그거라도 어디냐 하며 낚싯대를 덥석 물은 한나라당의 속악한 합작이다. 그 자체로도 조야하기 짝이 없는데, 거기에 지지자 목록에 대한 신뢰성에도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게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키치(Kitsch)’라는 개념이 떠오르는 것은 그저 연관성이 없는 발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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