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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살면서 필요한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여행은 그 사실을 깨닫게 한다. 마음이 동해 떠나는 여행은 비록 영원할 수 없지만, 사실 여행은 삶과 다르지 않다. 반복되는 일상도 그 안에 내재한 비일상성을 발견하는 순간 곧 여행인 것을. 일상 속에 비일상이 있고, 비일상 속에 일상이 있다. 매년 겨울이 물러나면 슬며시 찾아와 촉촉한 빗방울과 함께 여름이 다가오면 떠나는 사쿠라 씨와 앞으로 매년 같은 시기에 찾아 올 (것으로 예상되는) 타에코의 방문은 ‘하마다’에 상주하는 유지와 하루나에겐 일상 속에 젖어든 반복적인 비일상이다. 마찬가지로, 유지와 하루나의 일상적인 공간에 스며드는 사쿠라 씨와 타에코의 비일상적 한 철도 반복 속에서 일상이 된다. 이렇듯 일상과 비일상은 사실 둘이 아니며, 하나의 반복 속에서도 의식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는 양면인 것이다. 여행자가 짊어진 짐의 무게는 그가 삶에서 떨쳐내지 못한 미련과 욕심이다. 여행과 일상이 사실은 다르지 않음을 깨닫지 못한 자는 일상의 미련을 여행으로 끌어들인다. 허나, 그 둘은 실로 다르지 않다.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여행 가방의 부피를 줄일 수 있고, 나아가 삶의 미련과 욕심을 덜어낼 수 있다. 타에코는 사쿠라 씨와 세발자전거에 의해 힘겹게 끌던 짐가방을 버릴 수 밖에 없는 (혹은 마침내야 버릴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그제야 미련을 버릴 수 있었다. 이후 타에코는 ‘일상’으로 향할 공항으로 돌아가는 길, 바람에 날아가 버린 안경에도 홀가분하게 미소 짓는다. “저쪽은 바다고 이쪽은 마을”인 조용한 거처 ‘하마다’에 묵는 사람들의 봄은 단출하다. 아침에 일어나 ‘메르시 체조’를 하고, 함께 식사를 한 뒤, 바다와 함께 하루를 보낸다. 특기는 사색, 취미도 사색. 사쿠라 씨의 빙수를 먹으며, 만돌린을 연주하고, 맥주를 마신다. 영화 [안경(めがね, 2007)]은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 바다와 백색 해안에 둘러싸여 글은 도저히 읽을 수 없는 남쪽의 섬에서의 한 철에 관한 영화다. 2008년 1월 10일(목)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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