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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쓰려고 했으나 기록은 하고 넘어가야겠다 싶어 짧게 쓴다.
며칠 전부터 이글루스가 뒤숭숭하다. 뭔일인가 보니 이글루스 가입연령 제한을 기존의 만 18세에서 만 14세로 낮추겠다는 통지가 떴기 때문이다. 만 18세 이상 가입 정책으로 명목상이나마 성인용(?) 블로그라는 점이 이글루스의 특징이라면 특징 중 하나였다. 솔직히 나는 만 18세 이상 가입가 블로그 이글루스나 전 연령 가입 가 기타등등 블로그 서비스나 유저의 질적인 차원에서 하등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나이와 인격, 나이와 지적 성숙도가 정비례하다면 이 세상은 참으로 아름다운 곳일 것이다. 인구 노령화 사회는 지상 낙원에 점차 다가갈테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세상은 조숙한 인격자와 나이 헛 먹은 정신미숙아가 불협화음을 일으키며 살아가는 혼란의 도가니탕이다. 그런 면에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현명함, 비슷한 취미와 취향, 예의와 겸손은 ‘나이차’보다는 ‘개인차’가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이글루스의 운영정책 변경에 대한 변에는 일견 공감한다. 자신의 네트워킹 영역은 결국 자신이 규정하는 것이지, 주어진 틀을 통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글루스가 잘 했느냐 하면 꼭 그런 말은 아니다. 다른 차원의 얘기를 해볼까 한다. 두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하나, 약속을 어겼다. 둘, MB 식 소통이다. 두 가지 모두 이글루스를 포함한 기업과 이를 대하는 소비자의 입장 차이를 반영한다. 이글루스는 2006년 초 이글루스가 SK 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합병되며 사용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몇 가지 약속을 했다. 그중 가장 상징적인 것이 만 18세 이상만 가능한 가입 조건 유지였다. 이는 이글루스 측에서도 스스로 “현재의 이글루스 문화를 있게 한 아주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라고 밝힌 바 있다. 네이트와의 유기적인 연동 또한 기존의 이글루스 사용자들이 우려하던 부분들 중 하나다. 이 역시 적극적으로 추진되는 실정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동정론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에 대한 근거는 이글루스의 모기업인 SK커뮤니케이션즈의 적자다. 기업이 적자나는데 이것저것 따지게 생겼느냐, 일단 돈은 벌고 봐야되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이글루스 또한 그러한 입장에서 이번의 정책변경을 강행했으리라 생각한다. 어차피 기업은 근본적으로 이윤 추구를 위한 배타적 경제 집단이다. 사용자와의 소통을 중시하는 기업, 인간적인 기업, 사려깊은 기업. 이런저런 좋은 수식어도 적자 앞에서는 무기력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약속을 어기는 일은 선의의 해석을 해 봐야 ‘아프지만 어쩔 수 없다’이라는 입장의 발현일 것이다. 어떤 수식어도 기업의 근본을 바꾸지는 못한다. 기업의 핵심 가치인 이윤과 이를 통해 움직이는 기업의 생리를 확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기업과 소비자는 서로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교류하는 상호 조력자인 동시에 서로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투쟁하는 적대자의 관계라는 이율배반이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 속에서 작동한다. 이글루스가 ‘약속을 한’ 것도, 그리고 그 ‘약속을 어긴’ 것도 모두 이러한 맥락 하에서 설명 가능하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약속을 어긴 이글루스는 잘못을 한 것이다. 부여한 신뢰에 대한 배신이다. 하지만 이글루스 측에서는? 그들은 약속을 통해 얻을 것을 얻었고, 이제는 그 약속을 어기는 것을 통해 또 다시 다른 것을 취할 것이다. 두 번째로 짚고 넘어갈 부분도 역시 기업과 소비자의 입장 차이에 대한 고찰을 필요로 한다. 이번의 운영정책 변경 통지는 그 사안의 중대함에도 불구하고 겨우 시행 일주일 전에 이루어졌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번 정책 변경이 그만큼 시급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과 마찬가지다. 스스로 이글루스의 정체성과 직결된다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 사용자들의 의견 수렴 과정도 없었다. 사용자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서비스로서 쌓았던 명성을 일정부분 포기하면서까지도 최대한 빨리 시행해야만 했다는 의미다. 이러한 날벼락 통지가 뜨자 오히려 사용자 블로거가 부랴부랴 비공식적 의견수렴을 시도하였다. 그 결과 압도적인 수의 반대표가 쏟아졌다. 기업 측에서는 이러한 반대 여론을 미리 예측하여 의견수렴 과정을 생략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만큼 이번 정책변경의 시행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일방주의적 관계맺기는 현 정권이 ‘소통’이라 자칭하는 관계맺기 방식과 일견 흡사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사태를 ‘이명박식 소통’이라 지칭한 자그니 님의 언급에 동의한다. deulpul 님은 이러한 호칭은 너무 가혹하다며 ‘말기 노무현의 소통 방식’이라 칭하셨다. 이 역시 맥락상 크게 다른 뜻이 아니기에 동의한다. 말기 노무현이나 이명박이나 공통점이 있다면 수많은 반대 여론을 독단적인 의지로서 돌파하고자 했다는 점이다. 어느 정도의 반대 여론은 항상 있기 마련이며, 이것이 생각보다 강하더라도 자신이 현재 생각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의 발현이다. (한국에서는 종종 이러한 방식을 리더쉽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번 정책변경을 추진한 이글루스 또한 그러한 심정일 것이라 짐작한다. 이는 기업의 판단으로서는 어느 정도의 반대가 있더라도 추진해야 할 필수적인 실천이며, 그들의 계산에 따르면 손해보다는 이익이 더 클 것이다. 이것이 기업이 작동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에 반하여 이를 맞닥뜨린 소비자들은 아연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중요한 일을 사전 논의도 없이 시행 일 주일 전에 일방적으로 통보하다니! 우리를 호구로 아나? 하지만 기업은 이미 추진할 기본 틀에 대해서는 결정을 내린 후다. 이 역시 위에서 말한 기업과 소비자 관계가 지니는 이율배반에 기인한다. 미안하지만, 소비자는 서비스의 주인이 아니다. 기여도에 따라 수혜를 얻는 상호교환관계 속에 있을 뿐이다. 동시에, 기업과 소비자는 각자 기대하는 유형의 이익이 있으며, 상호 관계 속에서 이를 극대화하고자 한다. 물론 이러한 극대화 과정이 상대를 절대적으로 착취하는 형국으로 가는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계적으로는 시장의 수요공급이 작동하며, 동시에 이윤 이외의 가치들도 다수 개입하여 복잡다단한 메커니즘을 이루기 때문이다. 기업의 운영 철학과 소비자 개개인의 기대치에 따라 이윤 추구의 목표치가 상이하기도 하다. 유의할 점은 그러한 복잡한 가치와 알력의 관계망 속에서 기업과 소비자의 입장은 동일하지 않다는 점이다. 잠정적으로 상호 이익 증진을 위해 공동의 목표를 함께 지향할 수는 있을지 모르나, 근본적으로 기업은 기업이며 소비자는 소비자다. 서로 적대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감정 공동체로서 과도한 결속도 위험하다. 기업과 소비자 사이의 관계맺기가 지닌 이율배반적 요소를 분명히 인지해야 연속되는 상황 상황 속에서 합리적인 실천이 가능하다. 그냥 이런 말을 하고 싶었다. 이런 측면에서 위에서 이 글의 첫머리에서 공감을 표한 이글루스의 운영정책 변경에 대한 변은 불편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현명함, 비슷한 취미와 취향, 예의와 겸손은 ‘나이차’보다는 ‘개인차’가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말은 공감하지만, 지금과 같은 통지 글에서 합당한 이유랍시고 붙이기엔 초큼 가식적이지 않은가 싶다. 자고로 최고의 PR(Public Relation)은 정직이라고 했다. 이글루스는 지금껏 PR의 측면에서 쌓아온 것이 많다. 웬만해서는 솔직하기만 해도 이해하고 지지해 줄 사용자들도 다수 있다는 뜻이다. 한 줄 결론: 기업도 소비자도 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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