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대한민국. 서울 시내에서 이명박 정부의 성향과 부합하지 않는 집회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자 하는 이들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집회 신고를 한 후 금지 통보를 받거나, 허가받지 않은 (혹은 못한) 집회를 열여 불법 집회로서 경찰력에 의해 제재당하거나. 경찰이 “‘공공질서 위협’을 이유로 집회·시위를 금지한 것은 올해 들어 4월 말까지 모두 28건에 이르러, 지난해 1년 동안 금지한 31건에 육박한다. 올해 들어 4월 말까지 ‘장소 경합’ 등 갖가지 이유로 경찰이 집회를 금지한 것은 모두 127건에 이른다”한다. 1970-80 년대 대한민국에 ‘둘만 모이면 잡아가던’ 군부독재 정권이 있었다면, 2009년 대한민국에는 둘만 모여 구호를 외치면 합법적으로 잡아갈 수 있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 있다.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물리적인 사실에서 집합적인 힘이 생긴다. 이명박 정부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불리한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한 데 모여 집합적인 힘을 일으키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어 보인다. 하지만 집합적인 힘을 만드는 것은 물리적인 집결과 함께 구성되는 집단적인 의식의 작용이기도 하다. 시민들의 집회와 결사의 자유, 나아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태가 노골적으로 벌어질수록 이에 대한 저항의식도 자연히 증가한다. 이처럼 다수의 사람들이 저항의 대상을 보유하고 이에 대한 의식을 집중할 때, 단순한 물리적 집결 이상의 집합적인 힘이 발생한다. 역사가 증명하지 않았던가. 저항의식의 집결은 억압과 핍박의 대상이 존재할 때 쉽게 집결하며, 이러한 힘이 역사의 반전을 이끄는 한 축이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는 이 점 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미국 부시 행정부 8 년 간 세상은 대립과 증오가 만연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8 년이 부시 행정부라는 하나의 현상에 대하여 그에 반대하는 집단적인 의식을 형성하는 효과를 발휘했다는 점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