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물을 치는 동안 거미는 거미를 긍정하고 있었던 것만 같았다. 거미와 나의
역할을 서로 바꿀 수 있었더라면. 그러나 그렇다면, 거미의 솜씨엔 의문이 없지만
내가 거미로서의 삶을 긍정할 수 있을까. 만약 <거미>가 되어, <거미로서의 삶>을
부정한다면, 그것은 결국 나 스스로의 삶에 대한 부정에 다름없을 것이다.
목구멍이 막히는 것만 같아 상상을 거둔다.
거미는 그물을 치고, 나는 나를 긍정한다. 실상 거미가 그물을 치는 동안 내내 한 일이란, 스스로의 졸렬한 숨결을 한없이 가여워한 것에 다름 없었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