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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전 자존심의 팬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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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완전 까칠한 리움씨! 다섯 살 짜리 꼬마가 된 심정으로
국가와 자본 중 누가 더 까칠할까? 단순 비교를 허하지 않는 복잡한 결들을 지닌 질문이지만, 미술관의 일례로 단순화시켜 비교해 보면 그 답에 대한 맛보기 정도는 가능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술관에 국한해 볼 때) 자본이 한 수 위다. 아주 꺼슬꺼슬하다. 만 원이라는 비싼 입장료를 내고 상설전시를 보러 들어갔다. 머나먼 고미술관 보다는, 상대적으로 익숙한 근현대미술관. 커다란 캔버스들을 힐끗거리며 슬몃슬몃 미술관 내를 산책하고 있는데 갑자기 삑-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뭐지? 누가 조각 위에 앉기라도 했나.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다시 한 발을 내딛는다. 삑-. 또다시 들리는 경보음이 거슬린다. 난가? 나는 잘못한 것 없다. 미술작품에 일정정도 이상 접근하지 못하도록 설치된 임시 방책도 건드리지 않았다. 나는 다만 미술 작품을 감상했을 뿐이다. 그런데 또다시 들리는 소리. 삑-. 가까운 소리. 아무래도 나 때문에 나는 소리가 맞는 듯하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본다. 삑-. 삑-. 삐빅-. 삑-. 간헐적으로 미술관 내 경보음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나뿐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의 경보음을 들으며 미술 작품들을 감상 중이다. 발만 닿으면 일단 기어오르고 보는 다섯 살 꼬마들도 아니고, 왜 이런 신경질을 감당해야 하는지 도통 감을 잡기 어렵다. 난 분명히 입장료를 만 원이나 낸 고객이다. 최소한 앞에선 고객을 왕으로 모시는 게 자본의 전략 아닌가? 거대 자본의 미술관, 그 대표격인 삼성미술관 Leeum이라서 왕 중의 왕으로 취급받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생각을 했던 나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미술관은 자본의 것일지언정 그 공간 안의 나름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었다. 내가 익숙한 자본의 고객 대접 방식과는 사뭇 달랐다. 내 국립현대미술관에서도 이런 대접은 받질 않았다. 비록 미술 작품 가까이 다가가면 잠재적 범죄자를 보듯 긴장하며 뒤에서 째려보는 도슨트들은 거기도 있었을지언정, 이처럼 넘지 말라는 방책 넘지 않고 권위에 자발적으로 굴복해 고분고분하고 있을 때까지 신경질을 부리진 않았단 말이다. 대저 무엇이 자본의 미술관에게 이 까칠함을 허했는가. 내심 부아가 치밀어 옆에 있는 허우대 좋은 ‘파란 양복의 형님’께 물었다. (보통 큰 미술관들엔 풍채 늠름한 ‘검은 양복의 형님’들이 있기 마련인데, Samsung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 양복도 파랗다.) 저 삑삑- 거리는 소리는 대체 뭡니까? 난 그냥 미술 작품 감상하고 있었을 뿐인데. ‘파란 양복’이 답한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서 그렇습니다.” 뭐, 예상한 답변이었다. 헌데 더 묻지도 않았는데 신나서 첨언하는 말이 가관이다. “그리고 작품을 건드리면 싸이렌이 울리고 셔터가 내려옵니다.” 어쩌라고. 만질 생각 같은 것 없었는데 이 말을 들으니 왠지 만지고 싶어진다. 나 아직 다섯 살인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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