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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유령이 사회를 배회하고 있다. H1N1라는 유령이.
유령은 사람들이 그 존재에 반응할 때 비로소 실체를 얻는다. 기온이 내려가면 그가 조금 더 멀리, 그리하여 조금 더 가까이 다가 오리라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전까지 대부분의 이들에게 유령은 없었다. 최소한 우리 사회에는, 더 구체적으로는 나에게는 없었다. 하지만 가을이 오고, 유령에 홀리는 이들이 하나 둘 늘어갔다. 그 수가 갑작스럽게 늘기 시작하자, 드디어 유령은 실체를 지니게 되었다. 신종플루에 대한 대처 방안은 오래 전부터 나왔다. 어떤 방식으로 전염이 되며, 그렇기 때문어 어떤 경로들을 차단해야 하는지. 타인의 타액을 피하라. 면역력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라. 손을 자주 씻어라. 눈코입을 만지지 말아라.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라. 과학의 계명이 내려왔고, 사람들은 이를 따른다. 그런데 듣고 보니 좀 익숙하다. 당연하다. 신종플루도 독감의 일종이다. 독감을 피하는 방법은 이미 익히 알던 바들이다. 치료제도 있다. 타미플루라는 항바이러스제가 공식적인 치료제다. 때문에 별다른 불안감은 없었다. 그냥 감기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유독 강한 전염성과 신종 바이러스라는 점에 미루어 볼 때 치사율 높은 돌연변이가 발생할 경우 대규모 재앙으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해서까지 생각하며 불안해 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비록 새로운 바이러스였지만, 충분히 설명 가능한 범위 내에 존재했다. 최소한 그렇다고 여겨졌다. 치사율도 높지 않았고, 죽은 사람은 대부분 기존에 다른 병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전염성이 강하다고 했지만 생각보다 확진 환자 수도 적었다. 크게 두려워 할 이유는 없어 보였다. 그러다 과학의 계명이 효과를 잃는 듯 보이고 있다. 계명을 따르건만, 매일같이 확진 환자들이 쏟아진다. 신종플루 감염 여부를 따로 확인하지 않아도, 현재 감기 증상을 보이는 이들의 70% 정도는 신종플루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기온이 내려가면 확산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예측은 맞았지만, 합병증의 위험이 있는 고위험군만 사망한다는 기존의 일관성은 이미 깨졌다. 신종플루에 걸리면 열이 난다더니, 이젠 열이 나지 않는 확진 환자도 있다고 한다. 치료제인 타미플루에 대한 내성을 지닌 바이러스도 발견되었다 한다. 타미플루를 예방용으로 써도 된다고도 하고, 쓰면 안된다고도 한다. 확고한 토대가 점차 깎여 부스러져 가는 와중에, 신종플루 사망자들에 대한 보도는 연일 이어진다. 공포는 대상에 대해 불완전하게 알거나, 아예 알지못한다는 생각에서 나온다. 자세히 알지 못하더라도, 대상에 대해 누군가는 합리적인 설명을 지니고 있다는 믿음만 있으면 일단은안심할 수 있다.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곧 이해했다는 것이며, 이해했다는 것은 곧 통제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반대로 미지의 대상은 두려움을 자아낸다. 허나, 공포는 대상 그 자체에서라기보다는,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불충분하거나 없다는감각에서 나온다. 대처할 수 있다는 감각은 곧 단단한 토대 위에 서 있는 느낌의 연장이다. 확실한 것 위에서 적절한 응대가 가능하다. 반대로,늪과 같은 유동성은 만성적인 불안감의 원인이 된다. 묘연한 실체와 불확실한 지식 위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아보인다. 때문에 확실성을 갈구한다. 확실한 지반을 구축하는 것. 믿음을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는 것을 믿는 것. 절대적인 지반을잃어버린 근대인의 필연과도 같은 욕망이 아닐까. 그리고 그 욕망이 좌절될 때마다, 두려움과 불안감이 엄습한다. 단단한 지반을 잃은 개인은 스스로 무력하다. 유령은 실체를 얻었다. 공포는 유령을 따른다. 하나의 유령이 사회를 배회하고 있다. H1N1라는 유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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