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많이 춥다. 환기한답시고 창문을 열었다가도 닫으면 금새 다시 따뜻해지는 방이 있는 나에겐 계절의 변화를 일깨우는 징후일 뿐이지만, 누군가에겐 두꺼운 옷에 난방 거리 장만하느라 여름엔 없던 짐으로 무겁게 느껴지리라. 나에겐 옷장 속에 걸어 놓았던 두터운 코트를 꺼내는 수고 정도면 해결될 일이지만, 누군가에겐 얼어 죽지 않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바람을 피하고 손바닥만한 온기라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며 해가 뜨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고개일 것이다. 나는 그저 약한 기관지를 보호해야 한다며 목티에 목도리까지 하고 밖에 나갔다 실내에 들어가면 금방 덥고 답답해져 겹겹이 입은 옷을 풀어 헤쳐야 하는 정도의 귀찮음만 감수하면 되는 계절이 오고 있건만, 저 밖의 누군가에겐 안온하고 따뜻하여 얇고 통풍이 좋은 고급 양복에 구두 갖춰 입고 건물에서 건물로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이들과의 싸움에서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힘겹게 싸우는 와중에 이제는 비닐 테이프로 바람이 새 들어오는 천막 사이를 틀어 막으며 아스팔트 바닥의 냉기와도 싸워야 하는 원망스러운 계절이 오고 있는 것일 것이다. 나는 들락말락한 감기가 혹여나 신종플루는 아닐지 반신반의하며 의사 삼촌들이 구해주신 타미플루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누군가는 타고난 지병에 약한 면역력이 신종플루와 합쳐져 큰 병이 되진 않을까 걱정하는 찰나 점차 많은 사람들이 좁은 곳에 모이게 해 신종플루 확산 속도를 높이고 있는 이 추위에 실존적인 공포를 뼛 속으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럴 것이다.
오늘 참 많이 춥다. 신이 있다면 부디 이 기우뚱한 세상에 자비를.
# by 아르 | 2009/11/02 22: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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