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 열정을 지닌 사람들(특히나 여성들)이 많다. 그들에게 패션은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패션은 가치관이고, 자존심이며, 미학이고, 예술이다. 공유 의식이며, 차별 지점이고, 평가 기준이고, 세상의 흐름이다. 슬픔을 주고 기쁨을 주며 나락의 고통과 천상의 희열을 주는 존재다. 의지의 준거이고, 힘의 원천이며, 욕망의 대상이고, 소통의 매개체다. 자유의 상징이며, 동시에 자발적 구속이다. 멋이고, 삶이다.
패션에 대해 스스로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나로선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기 어렵다. 많은 이들(특히나 남성들)이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패션, 그 뜨겁고 거대한 지향을 공유하지 못하는 이들은 패션에 빠진 이들의 열광을 바라보며 의아함을 감추지 못한다. 나 또한 어느 정도는 그러하다. 다만, 그들을 보며 더욱 강렬하게 돌아오는 반사 의문이 나를 휘감는다. 과연 나는 그들의 패션과 같은 거대하고 뜨거운 그 어떤 지향을 지니고 있는가.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시인의 말을 빌어, 나에게, 그리고 너에게 묻는다. 나는, 그리고 너는 누구에게, 혹은 무엇에 있어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뜨거운 지향은 그 자체로 하나의 가치다. 추구할 만한 토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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