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네스티 인터내셔널(Amnesty International)이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I)을 여러 신문이 ‘국제앰네스티’라고 표현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회초리 형벌을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며 인간의 품위를 떨어뜨린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럽 순방 중인 미얀마 민주화 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가 6월 18일 국제앰네스티(AI) 양심대사상을 받았다고 AFP가 보도했다.”
‘국제앰네스티’라는 표현은 균형이 맞지 않는다. 한 단어는 번역을 하고 나머지 한 단어는 번역을 하지 않고 발음대로 읽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냥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이라고 하면 오히려 괜찮다. 이 기구에 대한 우리말 공식 명칭이 없는 것도 아니다. ‘국제사면위원회(國際赦免委員會)’라는 이름이 버젓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표제어로 올라 있다.
국가 활동의 책임성을 확장하고 국제적·국가적 부패의 극복을 목표로 하는 공익적인 국제비정부기구(NGO)로 국제투명성기구(國際透明性機構·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있다. 이 기구를 ‘국제 트랜스페어런시’라고 하지 않는다. ‘국제앰네스티’는 ‘국제사면위원회’나 ‘앰네스티 인터내셔널’로 적는 것이 옳다." --[우리말 바루기] 국제앰네스티 / 2012.07.13 중앙일보
"'국제앰네스티’는 ‘국제사면위원회’나 ‘앰네스티 인터내셔널’로 적는 것이 옳다"는 중앙일보 기자의 주장은 고유명사에 있어서도 '바른 우리말' 표기가 필요하다는 의식에서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각각의 경우를 따져볼 수 있다. 우선 영어를 외국어표기법에 따라 그대로 표기하자는 주장에서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이 '바르다'고 주장할 수 있다. 타당한 주장이나 선택의 문제다.
번역을 하기로 선택할 경우 '국제사면위원회'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 근거를 표준국어대사전에 둔다. 그렇다면 이 역어는 타당한가. 개인적으로 Amnesty International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국제'와 '사면'에 이어 '위원회'를 붙이는 것이 올바른 역어라는 지점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지부가 출간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30년 약사]]에 의하면 한국지부는 1970년 정식 지부(section)가 아닌 위원회(committee)의 특수한 형태로 한국 내 활동을 조직할 수 있도록 요청해 2년 후에 승인을 받았다. 외환관리법에 따라 외화 송금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 분담금을 낼 수 없었고 외국인 양심수 3명을 배정받는 그룹이 3개 이상 있어야 지부를 결성할 수 있다는 당시 정관에 맞추기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여 국제앰네스티 한국위원회가 발족되었었다. 추측컨데 '국제사면위원회'라는 역어는 이 '한국위원회'에서 파생된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위원회'라는 형태는 사실상 Amnesty International이란 국제NGO에 정식으로 존재하는 형태도 아닐 뿐더러 전체 조직의 활동 방식을 반영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위원회(committee)라는 형태가 현재 국제집행위원회(IEC)로서 존재하긴 하지만 이는 회원들의 의사 결정 권한을 대행하기 위해 선출된 소수집단을 의미한다. Amnesty International전체는 회원 기반의 조직으로 특별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선임된 소수의 위원회와는 차라리 대극의 성격을 띤다. 고로 '국제사면위원회'가 올바른 역어라는 기자의 주장은 그 타당성에 대해 우선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권위를 맹목적으로 추종하지 않는 나로선 이 역어는 옳다기보다는 그르다고 본다.
<LA중앙일보>에서는 같은 기사를 간략히 하며 더 단정적으로 "우리말 공식 명칭 '국제사면위원회(國際赦免委員會)'로 써야 한다" 결론짓는다. 나는 위의 이유에서 이 기사에 동의하지 않는다. 차라리 예시로 든 '국제투명성기구'처럼 '기구'를 붙이자고 주장했다면 고려해 봄직도 하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Amnesty가 '앰네스티'로서 고유명사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이미 '사면' 뒤에 '위원회'든 '기구'든 무엇이든 추가로 붙여야 한다는 점에서 단체명 Amnesty가 사전적으로 '사면'을 뜻하는 영단어 amnesty와는 달리 단체명으로서 고유명사의 자격을 획득하고 있다고도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실질적으로도 세계최대규모의 국제인권단체로서 국제앰네스티는 이미 초창기의 양심수 '사면'운동의 범주를 훌쩍 넘어선지 오래다. 이러한 사실은 되려 '국제사면위원회'가 Amnesty International의 한글 공식 명칭으로 유통되는 것이 타당한지 되묻게 한다.
사단법인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명칭은 법인등록 당시 논의를 거쳐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전까지 '앰네스티' '엠네스티' '앰네스티 인터네셔널' '국제사면위원회' 등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고 있던 점을 법인 등록을 기점으로 하여 공식적인 명칭으로 통일하기 위해 나름의 고민과 토의가 이어졌으리라 예상한다. 위에서 언급한 바처럼 Amnesty가 고유명사로 사용되어야 하는지 여부도 토의의 대상이 되었으리라 추측한다. 그 결과 한국지부 거버넌스 집단이 나름 내부적으로 합의한 '국제앰네스티' 명칭을 간단히 '틀렸다' 단정하는 중앙일보 기자의 주장은 이러한 과정에 대한 고려나 존중을 결여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 언론이 '국제앰네스티' 표기를 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한 단체가 스스로의 명명을 결정한 고유명사이기 때문이다. 사단법인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를 자기명칭 그대로 표기해 달라는 것은 그 자체로 당연한 요구다. 실제로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법인등록 이래 해당 명칭을 공식적인 단체 이름으로 적확히 표기해주기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at 2012/07/1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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