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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이미 일개 국가 이상의 의미다. 미국은 국가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동시에 지구인들의 사유 속에서 국가적 특수성 이전에 보편적인 정서의 배경으로서 작용한다. 거대한 땅덩어리와 범세계적인 권력 행사는 미국이라는 국가의 존재를 사유의 영역에서마저도 거대한 '틀'로 자리매김케 한다. 미국이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세계의 중심지라는 사실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지만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며, 이와 같은 현실적 배경에서 의식의 흐름은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기에 미국에 대한 영화를 찍는다는 것은 한 국가의 특수한 배경을 바탕으로 이야기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빔 벤더스Wim Wenders 감독은 그의 영화 《풍요의 땅 Land of Plenty》에서 외부인이자 내부인인 미묘한 입장으로 미국 내부를 투사한다. 스크린 위에 미국이라는 나라와 그 안의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내는 방식으로 미국이라는 국가와 그 안의 국민의 관계를 바라보며, 동시에 현 세계와의 관계를 바라본다. (물론 감독은 의도가 작용하지 않았을 리 없겠지만) 따로 의도하지 않아도 미국을 바라본다는 것은 곧 세계를 바라보는 일과 무관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 거대함을 느낀다. 베트남전에서 가까스로 살아 돌아온 폴Paul 과 그의 유일한 혈육인 조카 라나Lana 는 이제 같은 L.A. 땅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막 귀국한 라나Lana는 그의 삼촌과는 상이한 세계를 느끼며 그 안에서 숨쉰다. 미국의 절대적인 가치 속에서 '풍요롭고 강력하며 아름다운' 국가를 위해 강박적으로 헌신하고자 하는 폴Paul 과 아프리카와 유럽 등지에서 지내며 미국인들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세계의 일면과 참상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는 라나Lana의 만남은 동시에 존재하는 두 개의 세계의 충돌로서 의미한다. 사랑하는 혈육과의 만남 속에서 두 개의 세계는 첨예한 갈등이 되어 충돌한다. 갈등은 애정에 기인한 인간관계 속에서 눈물이 되고, 차마 표출할 수 없는 내면의 아픔이 된다. 미국이 숭상하는 가치와 그에 따른 행동에서 배제되는 것은 비단 미국 국적이 없는 자들만이 아니다. 감독은 미국이라는 '풍요로운 땅'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조차 이방인으로 치부하는 미국의 가치를 특유의 섬세한 감성으로 유린한다. 자칫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보일 수 있는 장치 - 조지 W. 부시 현 미 대통령의 연설 영상이나 폴Paul 이 차에서 애청하는 극우 라디오 프로그램 등 - 들이 영화적 감성의 '노골적인 은유' 로서 느껴질 수 있었던 것은 분명 감독의 역량 덕분이었다. 인간 내면의 상처와 관계의 아픔으로 감싸 안은 영상은 미국이라는 초국가적 국가의 독단적인 세계관에 일침을 던진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잔인한 장면까지도 감독의 손을 거쳐 음악과 어우러지는 순간 감미롭게 바뀌는 것은 영화가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하는 방식 그 자체였다. 영상은 현실의 날카로운 메시지를 비단처럼 감싼다.) 상처받은 영혼을 감싸 안으려는 사람은 지극한 애정을 통해 대상에 다가가야 한다. 빔 벤더스Wim Wenders 감독은 미국을 바라보며 동시에 세계를 바라본다. 그리고 현재 미국의 모습을 되돌아보라 충고한다. 서로를 증오하게 된 현재의 비극을 말하기 위해. 서로의 슬픔을 망각할 정도로 광기에 휩싸인 시대를 외치기 위해. 그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미국의 거울이 되기 위해. 고통 받고 상처받은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감독의 방식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자신의 아픔 때문에, 그리고 타인의 고통 때문에 신을 찾는 이들을 진실로 위로하는 것은 결국 인간. 보다 거대한 것을 통해 전체를 위하고자 하는 방식으로 영화는 존재한다. 이 시대에 미국에 말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다. ![]() ![]() ![]() ![]() "Let's just be quiet. Let's just try to listen." 영화의 말미에서 라나Lana는 자신의 모국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 의 'The Land of Plenty'가 흐른다. "...And I don't really know who sent me, To raise my voice and say: May the lights in The Land of Plenty Shine on the truth some day." 모두가 허상이 아닌, 진실로 풍요로운 땅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이 영화는 미국이라는 현실을 감내해야 하는 모든 이를 위한 따뜻한 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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